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삶의 본질을 탐구하며 현대 사회의 모순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감독이다. 그의 영화 <괴물>은 겉으로는 평범한 인간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사회적 편견, 관계의 단절,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담겨 있다. 영화 제목인 ‘괴물’은 단순히 악한 존재를 지칭하지 않는다. 오히려 괴물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스스로 만든 괴물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번 글에서는 <괴물>이 던지는 철학적, 사회적 메시지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1) 인간의 이중성이 만들어내는 괴물
<괴물>에서 괴물은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내면에 숨어 있는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타인에 대한 편견을 상징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자신의 약점을 타인에게 투사하고, 그로 인해 괴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섬세히 그려낸다. 심리학자 칼 융의 그림자 이론을 떠올려 보자. 융은 인간의 내면에 억압된 감정과 본능이 외부로 투사되어 갈등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괴물>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두려움을 타인에게 전가하며 괴물을 만들어낸다. 이는 곧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비난하고 오해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이다.
2) 사회적 억압과 관계의 파괴
영화는 폐쇄적인 사회 구조가 개인을 어떻게 억압하고 소외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이 사회적 억압의 축소판이다. 교사, 부모, 학생 간의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권력 구조의 문제를 드러낸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이 어디에나 존재하며, 권력의 작용이 억압적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괴물>은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권력의 오용과 편견의 문제가 어떻게 개인을 괴물로 낙인찍는지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은 곧 현대 사회가 가진 집단적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3) 연대와 치유의 가능성
괴물로 규정된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은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다. 고레에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립감을 인정하면서도, 관계 속에서 회복될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한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진정한 공감과 수용이 개인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보았다. <괴물> 속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연대하는 과정은 이러한 심리학적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는 우리가 괴물을 만들어내는 대신, 상처 입은 존재들에게 연민과 공감을 보낼 때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곧 인간이 가진 회복력과 연대의 힘을 강조한다.
<괴물>이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 "괴물은 누구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은 인간 본성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큰 메시지를 남긴다. 우리가 괴물을 두려워하거나 미워하기 전에, 그것이 왜 생겨났는지, 그 근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결국 괴물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또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사회적 환경이 새로운 괴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고레에다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을 이해하며, 타인과 연대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 <괴물>은 단순한 스토리 이상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자신이 만든 괴물은 없는지, 그리고 그 괴물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고레에다의 <괴물>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하면서도, 희망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이동진 평론가 <괴물> 한줄평
"신선하고도 정교한 형식과 마음에 제대로 파고드는 감동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또 다른 정점에서 교차한다"
관람객 한줄평
"누가 괴물일까 영화 내내 찾으려하는 내가 제일 괴물같다."
" 행복은 소수의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우리는 평범한 행복을 가지려는 이들을 얼마나 오해하고 괴물로 만들어왔는가"
" 삶은 오해와 이해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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